전기차를 충전하려고 지도 앱을 켜면 충전소가 생각보다 자주 눈에 띈다. 반대로 차를 세울 공영주차장을 찾을 때는 “왜 이렇게 적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이 체감이 그냥 기분만은 아니다.
동네맵이 정리한 공공데이터를 숫자로 늘어놓고 보면, 전국 공영주차장은 18,909곳인데 전기차 충전소는 40,948곳으로 두 배가 넘는다. 공영주차장보다 보급이 한참 늦게 시작된 시설이 어떻게 이미 숫자로 앞질렀을까.
이 글에서는 동네맵이 공공데이터포털과 환경부 자료를 지역별로 정리하면서 확인한 수치를 바탕으로, 두 시설의 격차가 왜 생겼는지와 그 격차가 실제 이용 편의와는 어떻게 다른지를 짚어본다.
숫자로 먼저 확인하는 격차
동네맵이 정리한 공공데이터포털 전국주차장정보 표준데이터와 환경부 전기차충전소 정보(한국환경공단) 자료(2026-10-08 기준)에 따르면, 전국 공영주차장은 18,909곳, 전기차 충전소는 40,948곳이다. 전기차 충전소 수가 공영주차장의 2.2배에 가깝다.
공중화장실과 비교해도 흥미롭다. 전국 공중화장실은 50,672곳으로 세 시설 중 아직 가장 많지만, 전기차 충전소는 이미 그 80%를 넘어섰다. 공중화장실은 수십 년에 걸쳐 쌓여온 시설이고 전기차 충전소는 최근 몇 년 사이 늘어난 시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늘어난 속도의 차이가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법이 충전기 보급 속도를 밀어붙였다
전기차 충전소가 이렇게 빨리 늘어난 배경에는 설치를 의무로 정한 법이 있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은 신축 공동주택에 총 주차면수의 5%, 기존 공동주택에는 2% 이상을 전기차 충전구역으로 마련하도록 정하고 있다. 아파트가 새로 지어질 때마다, 또는 기존 아파트가 유예 기간을 채울 때마다 충전기가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여기에 지자체 조례로 적용 대상을 넓히는 지역도 있다. 부산시는 충전시설 의무 설치 대상을 500세대 이상에서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건물 하나가 새로 지어질 때마다 충전기 설치가 같이 끼워지는 구조라서, 공공이 직접 짓는 시설보다 수가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영주차장은 왜 이만큼 늘지 않을까
공영주차장은 사정이 다르다. 전기차 충전기는 민간 건물에 끼워 넣듯 설치되지만, 공영주차장은 지자체가 땅을 사거나 빌려서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공공 인프라다. 부지를 구하는 것부터 설계, 공사까지 전 과정에 지자체 예산이 들어가고, 한 곳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길다.
그래서 공영주차장 수는 한 번에 크게 늘기보다 지자체별 예산과 부지 상황에 따라 해마다 조금씩 달라진다. 반대로 전기차 충전소는 신축 건물이 들어설 때마다 법이 정한 비율만큼 자동으로 따라붙기 때문에, 공공이 직접 투자하지 않아도 민간 쪽에서 수가 쌓인다. 공영주차장 개수만 보면 전체 주차 규모를 놓치기 쉽다는 점은 전에도 다룬 적이 있다.
충전소가 많다고 다 편한 건 아니다
다만 전기차 충전소 수가 많다고 해서 모든 충전소가 똑같이 편한 건 아니다. 동네맵 데이터를 보면 전국 전기차 충전소 40,948곳 중 급속충전기를 갖춘 곳은 20,161곳으로 49.2%다. 나머지 절반 가까이는 완속충전기만 있어 충전 시간이 훨씬 길다.
24시간 이용 가능한 충전소는 34,377곳(84.0%)으로 비교적 많은 편이지만, 주차료가 무료인 충전소는 27,866곳(68.1%)에 그친다. 즉 “충전소가 가깝다”는 것과 “빠르고 무료로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급속충전기 비율이 지역마다 얼마나 다른지는 따로 다룬 적이 있는데, 그 격차는 생각보다 크게 벌어진다.
정리하면, 전기차 충전소가 공영주차장보다 두 배 넘게 많아진 건 우연이 아니라 법이 만든 결과에 가깝다. 신축·기축 공동주택에 의무로 충전구역을 두게 한 시행령이 민간 건물 수만큼 충전기를 늘렸고, 공영주차장은 지자체 예산과 부지 확보 속도에 맞춰 천천히 늘고 있다. 숫자가 많다고 체감 편의까지 똑같이 늘어나는 건 아니라는 점도 함께 기억해두면 좋다.
자주 묻는 질문
전기차 충전소 중 급속충전기가 더 많나요?
아니다. 전국 40,948곳 중 급속충전기는 20,161곳으로 49.2%이고 나머지는 완속이다. 충전 전에 급속 여부를 확인하는 게 시간을 아끼는 방법이다.
공영주차장이 적으면 주차할 곳도 적다는 뜻인가요?
공영주차장 수만으로 전체 주차 공급을 판단하긴 어렵다. 동네맵이 정리한 공영주차장 데이터는 공공데이터포털 표준데이터 기준이고, 건물에 딸린 부설주차장 등 다른 유형의 주차 공간은 포함되지 않는다.
전기차 충전구역 의무 설치 비율은 모든 아파트가 똑같이 적용받나요?
아니다. 신축 허가 시점과 기존 건물 여부에 따라 비율과 유예 기간이 다르고, 지자체 조례로 적용 대상 세대 기준을 넓히는 지역도 있다. 정확한 적용 비율은 거주지 조례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