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센터나 은행 건물 입구에서 “개방화장실”이라고 적힌 작은 표지판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건물 안 화장실을 손님이 아니어도 쓸 수 있게 열어 두었다는 뜻입니다. 공원 한쪽에 따로 서 있는 화장실 건물과는 생김새도 다르고, 들어가는 방식도 다릅니다. 하나는 길에서 바로 들어가고, 다른 하나는 건물 문을 열고 복도를 지나야 합니다.
동네맵의 공중화장실 목록에는 “전체”, “공중화장실”, “개방화장실”이라는 탭이 있고, 상세 페이지의 첫 항목인 “구분”에도 이 둘 중 하나가 표시됩니다. 원천 데이터의 구분 항목을 그대로 가져온 것입니다. 이 구분은 데이터를 만든 사람이 임의로 나눈 것이 아니라 법률에 정의가 있는 말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법률이 화장실을 어떻게 나누는지, 개방화장실은 어떤 절차로 지정되는지, 그리고 데이터에서 이 항목을 볼 때 무엇을 함께 봐야 하는지 다룹니다. 개방시간이나 변기 수 같은 다른 항목은 6편에서 따로 설명합니다.
법이 나누는 다섯 종류의 화장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는 화장실을 다섯 가지로 정의합니다. 이 법의 이름에 “등”이 붙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첫째는 공중화장실입니다. 공중이 이용하도록 제공하기 위해 국가, 지방자치단체, 법인 또는 개인이 설치한 화장실입니다. 공원, 하천변, 버스터미널 앞, 등산로 입구에 독립 건물로 서 있는 화장실이 대개 여기에 해당합니다. 처음부터 “누구나 쓰라고” 지은 화장실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둘째는 개방화장실입니다. 공공기관의 시설물에 설치된 화장실 중 공중이 이용하도록 개방된 것,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법 제9조 제2항에 따라 지정한 화장실을 말합니다. 원래 용도는 그 건물 이용자를 위한 것이지만 공중에게도 열어 둔 화장실입니다.
셋째는 이동화장실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 등에 임시로 설치하는 화장실입니다. 넷째는 간이화장실로, 공중화장실을 설치하기 어려운 곳에 두는 소규모 화장실입니다. 다섯째는 유료화장실입니다. 법 제3조는 이 다섯 가지를 합쳐 “공중화장실등”이라 부르고 법의 적용 대상으로 삼습니다.
데이터에서 자주 만나는 것은 앞의 두 가지입니다. 이동화장실은 행사가 끝나면 사라지고, 간이화장실은 등록이 드물며, 유료화장실은 국내에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동네맵의 탭도 공중화장실과 개방화장실 둘로만 나뉘어 있습니다.
개방화장실은 어떻게 지정되나
공중화장실은 지자체가 예산을 들여 짓는 것이라 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도심에는 이미 화장실을 갖춘 건물이 많습니다. 법 제9조는 이 점을 이용합니다.
먼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같은 공공 건물의 화장실은 공중에게 개방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주민센터, 구청, 도서관, 보건소 화장실을 방문 목적이 없어도 쓸 수 있는 근거가 이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시장·군수·구청장은 공중이 이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 부족한 지역에서 건물 소유자나 관리자와 협의해 민간 건물의 화장실을 개방화장실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은행, 주유소, 상가 건물, 교회 화장실에 개방화장실 표지가 붙어 있는 것은 이 지정 절차를 거친 결과입니다.
지정된 개방화장실에는 법 제9조 제3항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이 공중이 알아볼 수 있는 곳에 표지판을 붙여야 합니다. 건물 입구의 그 표지판이 법적 의무 사항인 셈입니다. 지자체마다 조례로 개방화장실에 화장지나 관리비 일부를 지원하는 곳도 있는데, 지원 여부와 규모는 지자체별로 다릅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개방화장실의 관리 주체가 건물 소유자라는 사실입니다. 지자체는 지정하고 표지판을 붙이지만, 청소하고 문을 여닫는 것은 건물 쪽입니다. 그래서 개방화장실은 건물의 사정에 따라 이용 조건이 바뀌기 쉽습니다.
데이터의 “구분” 항목과 함께 봐야 할 것
원천 데이터의 구분 항목은 위 법률 정의를 따라 “공중화장실”과 “개방화장실” 중 하나로 입력됩니다. 값 자체는 단순하지만, 실제 상황을 떠올리며 읽으려면 다른 항목과 묶어서 봐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짝은 개방시간입니다. 공중화장실은 독립 건물이라 24시간 열려 있는 곳이 많습니다. 개방화장실은 건물이 닫히면 함께 닫힙니다. 주민센터 개방화장실이라면 평일 근무 시간에만 쓸 수 있고, 주말에는 잠겨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구분이 “개방화장실”인데 개방시간이 “24시간”으로 적혀 있다면, 그 건물이 정말 24시간 운영되는 곳인지(예를 들어 지하철역이나 24시간 편의점 건물인지) 한 번 의심해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개방시간 표기 방식 자체는 뒤의 글에서 따로 다루므로 여기서는 “구분과 개방시간을 같이 읽는다”는 원칙만 기억하면 됩니다.
다음으로 소유구분 항목이 있습니다. 동네맵 상세 페이지에도 “소유구분”이 따로 표시되는데, 이것은 구분과 다른 축입니다. 구분은 “누구나 쓰라고 지은 것인지, 열어 둔 것인지”를 말하고, 소유구분은 “그 건물이 공공 소유인지 민간 소유인지”를 말합니다. 공공 소유의 공중화장실, 공공 소유의 개방화장실(청사 안), 민간 소유의 개방화장실(지정된 상가)이 모두 가능합니다. 둘을 같은 것으로 읽으면 헷갈립니다.
관리기관명과 전화번호도 구분에 따라 성격이 달라집니다. 공중화장실은 시군구 담당 부서나 시설공단이 관리기관으로 적히지만, 개방화장실은 건물 관리 주체가 적히거나 지정한 지자체 부서가 적히는 등 입력이 제각각입니다. 현장과 정보가 다를 때 어디에 물어야 할지 판단하려면 이 항목을 보고 “지자체인지 건물주인지”를 먼저 가려야 합니다.
현장에서 두 종류가 다르게 느껴지는 이유
여러 사례를 살펴보면 두 종류의 차이는 위치 안내에서 가장 크게 나타납니다. 공중화장실은 독립 건물이어서 주소나 좌표만 있으면 찾기 쉽습니다. 개방화장실은 주소가 건물 주소이므로 그 건물 몇 층, 어느 방향에 화장실이 있는지는 데이터에 없습니다. 상세 페이지의 주소를 보고 건물까지 갔더라도 안에서 다시 찾아야 합니다.
이용 조건도 다릅니다. 개방화장실 중에는 카운터에 말하고 열쇠를 받아야 하는 곳, 비밀번호가 걸린 곳이 있습니다. 법적으로 개방 대상이지만 건물 관리상 잠가 두는 것이고, 데이터에는 이런 사정이 반영되지 않습니다. 반대로 공중화장실은 열쇠 없이 들어가는 대신 시설 상태가 관리 주기에 좌우됩니다.
설비 항목도 경향이 갈립니다. 새로 지은 공중화장실은 장애인용 변기, 기저귀교환대, 비상벨 같은 항목이 채워진 경우가 많습니다. 개방화장실은 건물 준공 시점의 설비를 그대로 쓰기 때문에 이런 항목이 “없음”이거나 빈칸인 경우가 흔합니다. 유아 동반이나 휠체어 이용처럼 설비가 중요한 상황이라면 구분이 “공중화장실”인 곳을 먼저 보는 편이 확률이 높습니다.
정리
법률은 화장실을 공중·개방·이동·간이·유료 다섯 가지로 나누고, 데이터에서는 앞의 둘이 “구분” 항목으로 나타납니다. 공중화장실은 처음부터 공중을 위해 지은 독립 시설이고, 개방화장실은 공공 건물이거나 지자체가 지정한 민간 건물의 화장실을 열어 둔 것입니다. 구분 값은 개방시간·소유구분·관리기관과 묶어서 읽어야 실제 이용 가능 여부에 가까워집니다.
다음 글에서는 주차장 쪽으로 넘어가, 주차장법이 주차장을 노상·노외·부설 세 가지로 나누는 기준과 공영·민영 구분을 겹쳐 읽는 방법을 다룹니다.
자주 묻는 질문
지하철역이나 기차역 화장실도 데이터에 나오나요?
역사 화장실은 운영 주체가 철도 운영기관이어서 지자체가 등록했는지에 따라 포함 여부가 다릅니다. 어떤 시군구는 역사 화장실을 개방화장실로 등록해 두었고, 어떤 곳은 빠져 있습니다. 데이터에 없다고 해서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므로, 역 근처라면 역사 화장실을 별도로 염두에 두는 편이 낫습니다.
개방화장실로 표시된 곳에 갔는데 잠겨 있으면 어떻게 하나요?
건물 운영시간 밖이거나, 관리상 열쇠를 카운터에서 받는 방식일 수 있습니다. 건물 안에 사람이 있으면 개방화장실 표지를 근거로 문의해 볼 수 있고, 상시 잠겨 있다면 지정한 시군구 담당 부서에 알리는 것이 지정 해제나 표지 정비로 이어지는 경로입니다.
공중화장실이면 무조건 무료인가요?
법률상 유료화장실은 별도 종류로 정의되어 있고, 공중화장실은 공중의 이용을 위해 설치된 것이라 요금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유료화장실을 설치·운영하려면 지자체의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데이터의 구분 항목이 “공중화장실”인 곳은 무료로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